국토장관 “구리·화성 풍선효과 우려…일부 지역 규제 확대 검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일부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 집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biz.heraldcorp.com
11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화성·구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풍선효과로 인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지역의 규제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발언은 지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나온 ‘재조정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을 불러왔다. 이미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언급된 것은 정책 기조가 다시 ‘확대 국면’으로 기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장관은
“시장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라 규제지역 조정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필요 시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고 밝혔다. 동시에, 통계 논란과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자 “위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은 그의 발언 속 ‘규제 확대 검토’라는 한 문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10·15 대책 이후 구리, 화성, 오산, 평택 등 일부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풍선효과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 풍선효과, 또다시 반복되는 패턴
‘풍선효과’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규제지역이 설정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도 이 현상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2018년 9·13 대책으로 서울과 과천이 묶이자, 바로 다음 달 수원·용인·화성이 급등했다. 2020년 6·17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되자, 남양주·의정부·김포가 급등했고, 그다음 해에는 김포마저 규제지역으로 편입됐다. 이번에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분당, 수원, 용인, 남양주 등)을 규제지역으로 재편성하며 사실상 수도권 핵심 지역 대부분을 규제망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남부권 일부 도시인 화성, 평택, 오산, 구리 등이 ‘마지막 남은 자유지대’로 주목받았다. 특히 화성 동탄2신도시, 구리 갈매지구 일대는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몰리며 거래량이 급증했다. 국토부의 언급처럼 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상승이 단순 투기라기보다는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 만들어낸 구조적 반응이라는 점이다.
🏠 규제의 확산이 가져올 시장 불안
국토부가 실제로 화성이나 구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재편입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지고, 다주택자의 대출이 제한된다. 동시에 전매제한과 세제 불이익이 겹치면서 매수세가 위축된다. 이는 매도·매수 양측의 눈치보기로 이어지며 ‘거래 절벽’이 발생한다. 실제 2021년 수원이 규제지역으로 묶였을 때, 지정 직후 한 달간 거래량은 68% 감소했다. 반면 가격은 단기적으로 1.2% 하락했으나, 6개월 후 다시 반등했다. 규제는 가격을 일시적으로 누르지만, 근본적인 수요를 줄이지는 못했다.
둘째, 규제의 확산은 심리적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시장은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실수요자마저 관망세로 돌아선다. 이는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6년 입주 예정인 수도권 신규 공급물량은 약 13만 호로, 2024년 대비 22% 감소할 전망이다. 규제가 확대되면 이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즉, 단기적 안정은 얻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 시장이 반응하는 방식 – 통계로 본 최근 흐름
KB부동산의 11월 초 통계에 따르면, 구리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3%, 화성시는 0.38% 상승했다. 특히 동탄2신도시 일부 단지는 3개월 새 평균 2,000만 원 이상 상승했다. 거래량은 9월 487건에서 10월 692건으로 늘었고, 이 중 실거래 신고가 갱신 단지는 전체의 27%였다. 이는 확실히 ‘수요 이동’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률은 투기적 과열이라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대체 수요’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를 규제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리듬’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며 시장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리듬이 너무 짧고, 정부의 발언 하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구조라는 점이다. 김윤덕 장관의 이번 발언이 불과 한 문장임에도 시장 반응이 즉각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정치와 정책의 경계가 흐려질 때
국토부의 규제정책은 본래 기술적 행정행위에 속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지기 쉽다. 김은혜 의원과 김윤덕 장관의 설전이 보여주듯, 주택정책은 언제나 정쟁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정책 신호가 시장보다 정치에 의해 먼저 해석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 ‘통계 조작 논란’ 등은 실체와 관계없이 시장 심리를 위축시킨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기대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규제가 발표되지 않아도, “곧 묶일 것”이라는 소문만으로 거래가 얼어붙는다.
이런 심리적 위축은 정부가 의도한 ‘가격 안정’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실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루면 시장은 단기적으로 조용해지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물 부족과 거래 감소로 다시 가격이 반등한다. 규제정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정치적 논란과 무관하게 일관된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 다음 규제 대책의 방향은 어디로 갈까?
김윤덕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즉흥적 답변이 아니라, 향후 정책 로드맵의 방향성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단계적 규제 재확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핵심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규제지역의 부분 확대. 현재 비규제 상태인 경기 동남부(화성, 평택, 오산) 중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도권 전체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전 지역이 아닌 일부 구(舊) 단위 또는 동 단위 지정이 유력하다. 2020년의 전국 일괄 지정 방식은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② 금융 규제의 미세조정. LTV·DTI를 직접 조정하기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성시 일부 신도시 지역의 생애최초 구입자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는 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③ 세제정책의 동반 조정. 규제지역 지정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경우 취득세 감면이 사라지는 구조가 함께 작동할 전망이다. 실수요자에겐 부담이 크지만, 투기성 매수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금융·세제 복합형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 규제 확대 이후 예상되는 문제들
규제가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세를 억누르지만, 동시에 몇 가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첫째는 공급 위축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와 중복된 규제가 부담이 된다. 특히 화성, 평택처럼 민간 주도 개발이 많은 지역은 분양 지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6~2027년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다시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든다.
둘째는 전세시장 불안이다. 규제지역이 확대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데, 이는 임차인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이미 전세대출이 줄면서 월세화가 진행 중인데, 추가 규제는 이를 가속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진다.
셋째는 지역 간 불균형이다. 비규제 지역과 규제지역의 경계가 뚜렷해지면서,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가격 격차가 확대된다. 예를 들어, 화성 동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오산이 제외될 경우, 오산 아파트 가격은 단기간 급등할 것이다. 이런 ‘규제의 경계효과’는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장 참여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 정책의 본질은 ‘예측 가능성’이다
결국 시장이 바라는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제’다. 정부가 매달 달라지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시장은 단기적 패닉과 급등락을 반복한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고, 일정 주기로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토부가 통계 시점 논란에 휘말린 이유도 바로 이런 불투명성 때문이다. ‘6~8월 통계를 썼느냐, 7~9월을 썼느냐’는 논쟁은 정책 신뢰에 치명적이다. 시장은 정부의 통계 선택 하나만으로도 “정책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조정’하려 하지 말고 ‘관리’해야 한다. 규제와 완화의 진폭이 너무 커지면, 시장은 피로감에 빠진다. 실수요자는 언제든 불확실성을 이유로 관망하고, 공급자는 투자 계획을 미룬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 ‘거래절벽-공급감소-재급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 결론 – 규제의 정답은 ‘균형’과 ‘신뢰’
김윤덕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지역 지정 예고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에 대한 메시지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달된다면, 규제는 시장 안정이 아니라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는 언제나 ‘기대심리’다. 구리와 화성의 최근 상승세는 풍선효과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정책”에 대한 불신의 반응이다.
다음 규제 대책이 실제 시행된다면, 단기적 안정과 장기적 불균형이 동시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 확산’이 아니라 ‘규제의 신뢰화’다. 즉, 언제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조정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시장은 강한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규제’를 원한다.
결국,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법이 아니라 신뢰다. 풍선효과의 근본 원인은 규제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시스템이다. 구리·화성의 움직임은 그 불안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그 거울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