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서울 강서구 마곡 10-2단지의 토지임대부 주택 121호가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이 주택들은 땅값을 공공이 보유한 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처럼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토지 소유권이 없는데 그게 과연 집인가?”
"30년이 지나면 남는 건 낡은 건물뿐인데, 그게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을까?”
이 글에서는 최근 등장한 ‘반값 아파트’ 열풍의 배경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제 시장 구조, 그리고 30년 후 자산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분석한다.
🏙️ 반값 아파트의 탄생 — 공공이 땅을 소유하는 이유
토지임대부 주택은 말 그대로 ‘토지 임대형 분양 주택’이다. 토지는 국가나 공공기관(SH, LH 등)이 소유하고, 수분양자는 건물 부분만 분양받아 거주한다. 이 구조를 통해 분양가는 대폭 낮아진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브리즈힐’의 경우 분양가가 2012년 약 2억 원이었고, 현재 시세는 9억~10억 원 수준이다. 같은 지역의 일반 분양 아파트가 20억 원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거주 기준으로는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입주가 가능하다. 이 제도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촉진 특별조치법’을 통해 제도화되었지만, 2015년 이후에는 부지 부족, 제도적 비효율성, 그리고 정책 변동으로 인해 추진 동력을 잃었다. 최근 들어 서울시 SH공사와 LH가 다시 공급을 재개하면서, ‘공공성 기반의 실거주형 모델’로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제한한다. 즉, 토지 가치 상승분이 수분양자에게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30년 뒤에도 토지는 공공의 것이고, 건물의 감가상각만 남게 된다.
💸 ‘반값’의 착시 — 자산이 아니라 ‘임대형 거주권’
많은 사람들은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에서 ‘싸게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판다’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토지임대부 주택은 투자자산이 아닌 사용권 자산이다. 즉, 토지를 빌려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의 상당 부분은 공공이 가져가며, 매각할 때는 임대계약 조건에 따라 매수자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크다. 현재 마곡 10-2단지의 경우 전매제한 10년, 거주의무 5년이 부과되어 있다. 또한 매월 납부해야 하는 토지임대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강남 브리즈힐 84㎡ 세대 기준 보증금 4800만 원에 월 41만 원의 토지임대료를 낸다. 겉으로는 분양이지만, 사실상 “장기 임대에 분양 외피를 씌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의 감가상각은 매년 평균 2~3% 수준이며, 30년 후에는 시세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토지 가치가 오르더라도 그 이익은 수분양자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토지임대부 주택은 ‘거주의 안정성’에는 강하지만,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거주용으로는 괜찮지만, 노후자산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 30년 후의 가치 — 감가상각, 토지권 제한, 재건축 문제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의 핵심 가치는 두 가지 — 토지의 희소성과 건물의 물리적 가치인데, 토지임대부 주택은 첫 번째 요소인 토지 가치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일어나고, 30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경제적 수명이 끝나 ‘철거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토지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거나, 공공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2024년 기준 LH강남브리즈힐의 일부 세대는 입주 13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계획이나 장기수선충당금 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주택연금(역모기지론) 가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된다. 왜냐하면 담보 설정의 대상이 되는 토지가 본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노후에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구조가 막히는 것이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실거주 20~30년 이후 가치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건물의 물리적 가치만 남게 되고, 토지의 임대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연장 조건에 따라 임대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 결국 ‘소유’가 아닌 ‘임차’에 가깝다.
🏗️ 공급은 적고 수요는 집중 — 왜 청년층은 여전히 몰릴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곡 10-2단지나 고덕강일 3단지처럼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경쟁률은 50:1을 넘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최소 12억~15억 원이 필요하다. 반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값만 내면 되기 때문에 6억 원 이하로도 입주가 가능하다. 이 차이는 20~30대 실수요자에게 결정적인 요소다. 또한 정부와 금융권이 협력해 ‘토지임대부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자금 조달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점도 수요를 자극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수요의 본질이 “거주권 확보”이지 “투자 수요”가 아님을 지적한다. 즉, 청년층이 몰린 이유는 ‘자산가치’ 때문이 아니라 ‘월세보다 싼 내 집’이라는 단기적 효용 때문이다. 30년 뒤 가치보다는, 지금의 주거안정이 더 절실한 세대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 전문가 분석 — “실거주에는 유리, 자산 증식은 불가능”
부동산R114의 윤지해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초기 분양가 메리트는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고, 감가상각 속도가 빠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추천하기 어렵다.”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제적 수명을 35년으로 산정했다. 그 이후에는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경제적 가치가 남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즉, 2055년 이후에는 현재 분양받은 마곡 10-2단지의 세대들이 “토지 없는 낡은 건물”을 보유한 채 새로운 재계약 혹은 철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재산 가치가 ‘0’에 수렴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소유”보다는 “공공임대의 확장형 모델”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분양으로 홍보하며 ‘내 집 마련’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어 시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 결론 — 30년 후, 남는 것은 ‘집’이 아니라 ‘기억’
토지임대부 주택은 현재 주거난 속에서 분명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가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실수요자에게 ‘거주 안정’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기능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자산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토지 소유권이 없는 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고, 재건축이나 담보 설정이 어렵다. 30년 뒤에는 토지 임대기간 종료, 건물 노후화, 재계약 조건 등 수많은 불확실성이 남는다. 따라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내 집’이 아니라 ‘내 거주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만약 실거주 목적이라면 장점이 많지만, 자산 증식이나 노후 대비 수단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30년 후 남는 것은 ‘집’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았던 시간과 기억뿐일지도 모른다. 정책이 진정한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소유권이 아닌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 중심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