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전세9년법(3+3+3)’까지 발의되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실수요 보호를 내세운 정책이지만, 정작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를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실거주만 가능한 서울, 세입자의 도시와 충돌
서울은 자가점유율이 44%에 불과한 ‘세입자의 도시’다. 그런데 토지거래허가제는 “실거주자만 거래 가능”을 원칙으로 한다. 거래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 2년 실거주 의무가 붙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도 시행 직후 서울 매매 매물은 일주일 새 8.7% 감소했다.
정부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 거래를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서울 대부분의 수요층은 ‘실수요자’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점점 줄고 있다.



📉 전세9년법, 임대인에겐 9년의 족쇄?
한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세9년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까지 허용해 세입자가 최대 9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세입자는 안정적인 거주권을 확보하지만, 집주인은 세입자를 들이면 9년 동안 매매나 실입주가 어렵다. 매도 시점과 가격조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국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줄고, 전세 시장은 더 경직될 수 있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이 처음 도입됐을 때 전월세 거래량이 25% 줄고 신규 전세가격이 9~11% 상승했던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 세입자 안정 vs 신규 진입자 고통
장기 거주는 분명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임대차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대인은 향후 임대료 인상 제한을 우려해 초기에 임대료를 높게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신규 세입자의 부담이 증가한다. 독일 등 장기 임대국가에서도 초기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두 제도, 동시에 시행된다면?
토허제는 거래를 묶고, 전세9년법은 임대를 묶는다.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되면 매수와 매도 모두 막혀 시장 유동성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이중 규제는 거래절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임대인의 자유가 제한되면 위험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게 된다”며 “특히 수도권 외곽의 전세가격 상승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 역시 “급변하는 규제는 시장 불안을 키울 뿐”이라며 “지금은 추가 규제보다 공급 확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 법안 통과 가능성과 향후 전망
현재 전세9년법은 국회 소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크다. 단기간 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권이 부동산 민심을 중시하는 만큼 논의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조정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매물 급감, 전세가 상승,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매매가격은 희소성에 따른 방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월세화가 가속되고,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결론: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
토지거래허가제와 전세9년법 모두 취지는 ‘주거 안정’이다. 그러나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임대인도, 세입자도 “앞으로 내 권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움츠러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기존 제도의 조율과 시장 신뢰 회복이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는 결국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주거 안정의 해답은 ‘법’이 아니라 ‘균형’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