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규제를 피한 틈새 상품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오피스텔이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70% 가까이 급감한 반면, 오피스텔 거래는 오히려 급증했다. 이른바 ‘규제 풍선효과’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서도 단순히 “오피스텔이 대세”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오피스텔은 구조적으로 아파트와 전혀 다른 시장이며, 대지 지분이 적어 토지 가치가 낮고, 재건축 가능성도 거의 없다. 즉, 단기적 가격 상승에 현혹되기보다는 그 이면의 리스크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 규제 풍선효과의 대표 수혜주 – 오피스텔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는 ‘3중 규제’에 묶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 겹치면서 대출은 막히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었다. 그 결과, 매매시장은 사실상 정지상태다.
반면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되어 주택법상의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거래 제한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실거주 의무도 없으며,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 대출이 가능하다. 심지어 오피스텔을 보유해도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 자격이 유지된다. 이 모든 점이 투자자들에게는 ‘합법적 회피 수단’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의 70%가량이 대책 발표 이후에 체결됐다. 아파트가 막히니 오피스텔로 이동한 것이다.
■ 가격 급등의 실체 –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절벽’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개월 연속 상승하며 10월에만 0.91% 상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이며, 2022년 고점에 근접했다. 특히 3억 원 이상 거래 비중이 42.9%로, ‘고급형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양천구 제이월드빌 전용 102㎡는 넉 달 만에 1억 3천만 원이 뛰었고, 강서구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 오피스텔은 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024년 4,456실에서 2025년 1,417실로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만7천실과 비교하면 사실상 ‘공급절벽’ 수준이다.
즉, 공급이 급감하는 시기에 규제 풍선효과가 겹치면서 일시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 상승은 구조적 수요가 아닌 ‘정책 왜곡’에 따른 반사이익에 가깝다.
■ 오피스텔이 규제에서 빠진 이유 – 대지 지분이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오피스텔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지 지분의 미미함’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상업지역에 지어지며, 개별 세대의 대지지분이 극히 작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80㎡ 오피스텔 한 세대의 대지지분이 10㎡(3평)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토지거래허가제의 본질은 ‘토지 이동’에 대한 통제다. 즉, 토지 가치가 실질적인 거래의 핵심인 주택·단독·근생 부지는 규제 대상이지만, 대지지분이 미미한 오피스텔은 토지이동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피스텔은 “토지 가치 상승의 수혜를 거의 누리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아파트는 토지 가치가 가격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오피스텔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 말은 곧,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가치 상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 실제 사례 – 재개발 경계에 놓인 오피스텔의 그림자
최근 필자의 지인 한 명이 재개발 예정지 인근의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재개발 구역이 확대되면 내 건물도 포함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피스텔은 ‘상업용 준주택’으로 분류되어 재개발 구역 지정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사례는 오피스텔 투자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같은 지역, 같은 도심 입지라 하더라도 법적 용도에 따라 사업 참여 자격이 달라진다. 즉, 재개발 지역 인근이라도 오피스텔은 ‘지분 가치 상승’이나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오피스텔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산 가치가 정체되는 경향이 강하다. 단기적인 수익은 월세 수익률로 보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지 가치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세차익형 투자’에는 부적합하다.
■ 오피스텔 투자 수익의 본질 – 월세 수익률
오피스텔 투자는 아파트와 달리 ‘가격 상승’보다는 임대 수익률이 핵심이다. KB 기준 10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4.82%로 3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 또한 ‘단기적인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수익률은 기준금리가 3.5% 수준이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만 매력적이다. 만약 금리가 2%대로 내려가면, 임대료 인상 여력이 줄면서 수익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오피스텔 투자는 월세 수익 유지 능력에 달려 있다. 입지가 좋지 않거나, 노후화가 빠른 단지는 세입자 확보가 어려워 공실 리스크가 크다. 오피스텔은 상가처럼 ‘운영 수익형 자산’에 가깝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 단기 수익보다 구조적 리스크가 크다
현재 오피스텔 시장은 ‘규제 회피 수요’가 몰리며 과열돼 있다. 하지만 이 과열은 일시적이며, 다시금 매매 시장이 열리면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은 수요가 꺾이는 순간 급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오피스텔은 재건축·리모델링이 거의 불가능하고, 노후화 시점에 매도도 어렵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부동산 유형이다. 따라서 ‘아파트 대체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지금의 오피스텔 시장은 “대체재로서의 착시”에 불과하다. 정책이 안정되면 이 수요는 언제든 아파트로 회귀할 것이다.
■ 결론 – 틈새시장은 언제나 위험하다
오피스텔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덕에 지금은 ‘틈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 틈새는 언제든 닫힐 수 있다. 규제의 방향이 바뀌면, 현재의 ‘자유로운 투자 환경’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눈앞의 상승보다 자산의 구조적 가치를 봐야 한다. 토지 지분이 작고, 재개발 참여가 불가능하며, 장기 수익이 월세에만 의존하는 오피스텔은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라 보기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오피스텔을 사기 좋은 시점”이 아니라 “신중하게 관망해야 할 시점”이다. 짧은 기간에 급등한 자산일수록, 하락할 때는 더 빠르게 떨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 핵심 요약
-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 10월 937건, 대책 이후 급증
- 매매가격지수 9개월 연속 상승, 고가 오피스텔 거래 확대
- 토지거래허가제 예외 → 규제 회피 수요 집중
- 대지지분이 작아 토지 가치 상승 수혜 거의 없음
- 재건축·재개발 제외 사례 다수, 환금성 낮음
- 투자 핵심은 월세 수익률, 시세차익형 투자엔 부적합
- 현재 시장은 규제 풍선효과에 따른 일시적 과열 가능성
“틈새는 언제나 먼저 닫힌다. 지금의 오피스텔 시장은 기회가 아니라 경고일 수 있다.”
































